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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북극성 아래에서 - 5 (고양이의 울음소리)

 

 

"부엉이도 어른이야?"
"아니 아직."
"나도 어른답지 못한 거 같거든."
이미 어른이 된 지 오래인 부엉이는 자신의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답했다.

일을 하러 도서관에 가는 길 검푸른 털의 황금 같은 눈을 가진 고양이를 본 부엉이는 말했다.
"오히려 네가 나보다 더 어른 일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에 도착한 부엉이는 평소처럼 빗자루를 꺼내 들어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청소를 하던 중 도서관의 주인인 백발의 콧수염을 가졌고 배가 빵빵한 할아버지(벤 호 킵스)가 나타나 부엉이에게 말을 했다. 

 

"어제 보니까 청소를 제대로 못한 거 같은데 오늘은 더 구석구석 닦아라."

벤 호킵스는 오늘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부엉이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호킵스씨"

부엉이는 그런 그의 행동이 이미 익숙한지 감정 없는 목소리로 조용히 대답했다.

 

평소에도 벤 호킵스의 불만은 언제나 부엉이를 향해 날아왔다. 왜냐하면 부엉이가 일을 찾으러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몇 달간 겨우 찾은 일자리가 벤 호킵스의 도서관 청소였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부엉이를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몇 번의 간곡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부엉이를 받아줬다. 그는 날이 갈수록 부엉이가 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 자신의 얼마 안 되는 돈을 빼앗아 가는 모기로 느껴져 부엉이를 엄하게 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해서 도서관 청소를 하던 부엉이는 책들이 쌓여 있는 선반들을 청소하다가 실수로 책 한 권을 떨어트렸다. 그 책은 어딘가 낯이 익은 듯 부엉이는 그 책을 주워 들고 잠시 펼쳐보았다. 책의 이름은 (히마엘 - 늑대들의 왕국)이라는 책이었다. 부엉이는 묘한 흥미를 느끼며 아르엔에게 읽어주려고 책을 살 돈을 확인했다. 자신의 주머니를 들여다본 부엉이는 아쉽게도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처지였다. 그래서 일단 몇일치 식량을 구하고 나면 남은 돈을 조금씩 모아 이 책을 살 생각이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마저 청소하지 못하고!"

벤 호킵스씨는 부엉이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부엉이가 가지고 있던 책을 뺏어갔다.

 

"죄송합니다.."

부엉이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책을 빼앗겨서 기분이 무척 좋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돈이 생기면 호킵스씨에게 꼭 그 책을 가져올 거라고 다짐했다. 부엉이는 청소 말고도 인기 없는 책들은 창고에 운반하고 인기 있는 책들은 서재에 가져다 놓으며 몇 시간을 혼자 책들을 옮겨댔다.

 

일이 끝난 후 오늘 받은 수당은 겨우 내일 먹을 빵과 수프를 살 돈도 빠듯한 수준의 돈이었다. 부엉이는 가난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자신이 여동생에게 읽어주고 싶던 책을 사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오지 못했다. 부엉이는 무거운 어깨를 애써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잠시 쥐어잡으며 집으로 향했다.

 

그의 무거운 발걸음이 잠시 멈춘 순간 아까 집으로 향하던 길에서 마주쳤던 검푸른 털의 황금 같은 눈을 가진 고양이를 다시 마주쳤다.

 

"야옹."

고양이의 그 짧은 한마디가 그의 더 이상 꿰맬 수 없는 너덜너덜한 심장을 알아차린 듯 안아주었다.

 

"고마워."

부엉이는 고양이가 자신을 기다렸다는 걸 깨닫고 말했다.

 

그들의 몇 분간의 만남은 그들의 희미한 우연이라는 운명이 강한 인연이 되는 순간이었다. 고양이는 부엉이를 향해 더욱 가까이 다가오며 부엉이의 다리사이를 아침에 만났을 때처럼 돌아다녔다. 그러곤 잠시 자신의 털을 핥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부엉이는 고양이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어떻게 하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 어깨가 가벼워질까."

부엉이의 몇 마디의 물음은 고양이의 귀를 지나간 것인지 고양이는 자신의 털을 핥다가 부엉이를 바라보았다.

 

"야옹."

고양이는 다시금 부엉이에게 그의 목소리를 전해줬다.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고양이의 평범한 울음소리지만 부엉이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그에겐 별거 아닌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난생처음으로 자신을 위로해주는 목소리로 다가왔다. 그토록 바라던 것이 었던 건지 부엉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고는 심장의 울음소리를 참아내고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날 가르쳐줘 고양아."

부엉이는 고양이를 끌어안았다.

 

누군가에겐 정말 바보 같고 이상해 보일지 모를 이 상황이지만 고양이는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의 품속의 마음을 조용히 안아주었다. 그의 심장을 안아주었다.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사람이 고양이를 안아주는 모습이지만 좀 더 깊이 바라본다면 고양이가 사람의 마음을 안아주고 있었다.


- 다음화의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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