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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북극성 아래에서 - 8 (꼬마 어른)

 

포르마와 부엉이는 밤하늘을 보러 숲 속 거대한 나무에 도착했다.
이 모습이 부엉이의 6년 전 아버지 생각이 나게 했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이곳에 와서 나무와 밤하늘에게 네 이야기를 들려주거라."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든 삶의 시련을 버틸 수가 있단다. 나는 말이다 아들아 세상이 좀 더 외롭지 않은 사람들로 넘쳐났으면 하는구나."


아버지의 말을 들은 부엉이는 나무에 등을 기댄 후 눈을 감아보았다. 무엇인가 묘한 감정이 흘러들어온 것처럼 부엉이는 편안함을 느꼈다. 눈을 감으니 신경 쓰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볍게 볼을 두드리고 지나가는 바람과 산뜻하게 코를 간지럽히는 풀내음이 마음을 위로해주는 거 같았다.

"신기하네요. 마음이 편안해져요."

"할아버지가 지금의 우릴 본다면 흐뭇해하실 것 같구나."
그의 아버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기뻐했다.

"네? 왜요?"
부엉이는 감았던 눈을 다시 뜨면서 옆에 앉아있는 아버지를 바라봤다.

부엉이는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그의 아버지는 아직도 눈을 감고 얘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아버지는 대답했다.

"내가 널 가르치는 모습을 보신다면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실 거 같다."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어요? 저는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거 같아요."

 

"기억을 못 하는 것도 당연하단다. 왜냐하면 이미 그전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거든."

그의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잠시 입을 멈췄다. 

 

"할아버지는 어떤 것에 흥미가 생기면 끝까지 도전하던 사람이셨단다."

 

부엉이는 아버지의 말을 더욱 흥미롭게 듣기 시작했다.

 

"그리곤 수없이 실패하셨지."

 

"예..? 그럼 안 좋은 거 아닌가요?"

부엉이는 아버지의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다. 너의 할아버지는 실패를 통해 성공을 준비하셨단다. 혹시 알고 있느냐 아들아. 우리는 이미 수많은 실패를 겪으며 성공을 해본 적이 있단다."

 

"이미 성공을 해봤다고요?"

 

"그래 아기 때 이미 겪었지. 걷기 위해 수없이 넘어지고 실패하면서 말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갓난아기 때 일어서기 위한 수많은 실패는 어른이 된 지금도 정말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도전과 실패에도 무릅쓰고 다시 일어섰던 아기에서 언제부턴가 나이를 먹으며 한 번의 실패에도 삶이 무너지는 꼬마 어른이 되더구나."

 

"꼬마 어른이요?"

 

"그래 꼬마 어른."

아버지의 짧은 한마디에 부엉이는 침묵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말이 끝나고 신기하게도 주변이 더욱 밝아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달과 별들 덕분에 서로의 얼굴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녹색빛의 오로라가 하늘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부엉이에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오늘은 조금 늦은 거 같으니 집으로 돌아가자."

그의 아버지는 오로라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와.. 저건 정말 아름답군요."

부엉이는 처음 보는 오로라의 모습에 감탄했다.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에 잠시 동안 부엉이는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기 바빴다. 아버지의 부름에 결국 그들은 거대한 나무와 초원을 뒤로한 채 다시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 다음화의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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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31 - [소설] - 북극성 아래에서 - 7 (거대한 나무 그리고 포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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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4 - [소설] - 북극성 아래에서 - 1 (아버지의 가르침)